픽스픽스를 만들게 된 계기
안녕하세요 픽스픽스라는 공사의 첫삽을 뜬 오현우입니다.
이 글을 쓰는 2025년 10월 6일, 픽스픽스의 개발을 시작한 지 약 2년 8개월이 지났습니다. 회사를 다니며 사이드 프로젝트로 시작한 프로젝트가 어느덧 상품의 모습을 갖춰가고 있습니다. 부족한 것이 많았던 프로그램을 사용해 주시고 건설적인 피드백과 이따금 강력한 질책을 주시는 사용자분들께 감사한 마음입니다.
(사진: 방에서 이런 느낌으로 시작했습니다.)
픽스픽스 블로그의 첫 글에는 주저리주저리, 이 프로젝트를 시작한 이유를 세상에 공유하려고 합니다. 이야기를 하려면, 제 경험과 생각에 대해 이야기를 해야 하다 보니, 개인적인 얘기가 조금 들어감을 미리 양해 구합니다.
픽스픽스를 만들게 된 이유에는 몇 가지 개인적인 경험과 고민이 녹아있습니다.
픽스픽스를 시작하기 전, 저는 커리어의 절반 이상을 해외에서 보냈습니다. 이것저것 호기심이 많은데, 특히 서양 문물에 대해 궁금한 게 많았고, 막연히 서양 선진국의 부강함은 어디에서 비롯되는가를 궁금해했습니다.

(궁금했던 그들의 부강함 - photo by Alesia Kozik)
그러던 중 우연히 기회가 생겨, 익숙한 문화와 가족, 친구들을 뒤로하고 낯선 땅에서 지내보기로 결심합니다. 직접 부딪치며 살아보면 서구 문화권의 번영이 어디서 오는지 좀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어요.
해외 생활은 당연히 쉽지 않았어요. 아주 간단한 슈퍼에서 장 보는 것, 무슨 일이 생겼을 때 관공서에 가서 내 문제를 해결하는 것 등등.. 내 나라에서와 비교하면 모든 게 쉽지 않았습니다. 돌이켜보면 링 위에 처음 오른 새내기 복서처럼 여기저기 많이 얻어터지면서 지냈네요.
하지만 그렇게 삶에서 맷집을 키우다 보니 낯선 문화에 대한 이해도가 생겼고, 점점 서구권의 번영이 어디서 오는가에 대한 해답이 조금씩 찾아지는 것 같았습니다.
제 마음을 강하게 때린 부분은, 사람들이 저마다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방법을 아주 어려서부터 찾고, 그것에 대한 보상을 얻는 것에 거침없고 당당하며 그로부터 사회의 선순환이 일어난다는 것이었어요. 그리 대단하지 않은 발견 같아 보여도, 그 당시 저에게는 피부로 느껴지는 충격이었고, 상당한 가치관의 변화를 가져다줬습니다.
그렇게 저는 가진 스킬로 사회에 기여하는 방법이 무엇일까를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또한 거창하게 생각하지 말고, 내 주변에 있는 사람한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방법이 뭘지 생각해 보려 했어요. 그리고 동시에 알 수 없는 애국심도 점점 자라남을 느낍니다.
사진업에 관한 프로그램을 만들게 된 계기
그 질문을 마음에 담은 채 주변을 둘러보니, 프로그래밍이라는 스킬로 생각보다 할 수 있는 게 많이 보이기 시작했어요. 그렇게 떠오른 여러 가지 아이디어를 만들어보던 중, 우연히 친구들과의 단톡방에서 사진/영상 촬영 업을 하는 친구의 넋두리 같은 메시지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요즘 일은 많은데, 정작 효율적으로 정리하거나 관리하는 게 너무 어려워."
그냥 흘려보낼 수도 있었던 그 메시지가 제 눈길을 사로잡았습니다. 대학 시절부터 사진에 관심이 많았던 제 개인적인 흥미와 맞물리며, 머릿속에 재미있는 프로젝트 아이디어가 떠올랐습니다.
‘사진작가에게는 전용 CRM이 필요하지 않을까?’
고객과의 소통에서 사진 데이터 전송이 필수적인 만큼, 다른 업종과는 전혀 다른 형태의 관리 도구가 필요하다고 느꼈습니다.
그렇게 아이디어를 구체화해가며 리서치를 시작했고, 머릿속의 그림을 하나씩 옮겨가며 서비스 밑그림을 구상해 나갔습니다.
(이미지: 서비스 극초기 아이디에이션 과정에서의 와이어프레임 중 일부)
리서치 과정에서 알게 된 사진업 특화 CRM의 현지화 이슈
십 대 시절 사진가를 꿈꿨던 저는, 못 이룬 꿈을 떠올리며 이 사이드 프로젝트에 완전히 몰입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던 중, 서구권에는 이미 제가 고민하던 문제를 상당히 잘 해결한 솔루션들이 여럿 존재한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떠오른 다음 질문..
“왜 우리나라에는 이런 솔루션이 없을까?”
개인적인 경험을 떠올려보니, 고객으로 사진을 찍으며 이런 솔루션을 본 적이 없었던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수많은 해외 솔루션들도 한국 시장에서는 사용하기 어려워 보였습니다.
언어 장벽, 고객 지원, 국내와 다른 인터넷 환경, 현지화 되지 않은 결제 시스템, 대용량 업로드와 다운로드 속도 등 — 걸림돌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습니다.
그렇게 상당한 시간을 투자해 초기 버전을 만들어냈고, 마침 매너리즘에 빠져가며 스스로에게 변화가 필요하다고 느끼던 저는 결국 새로운 도전을 결심했습니다.
이 프로젝트가 한때 사진가로서의 미래를 상상했던 저에게 개인적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느껴졌습니다. 이것 말고는 딱히 다른 일이 하고 싶지가 않았어요.
그때부터 지금까지 매일매일 제품을 고도화하고 있습니다.
그때 이후로 익숙하고 편안한 생활을 뒤로하고, 수도승처럼 지내며, 오랜 시간 함께 해온 전우 같은 친구와 매일 서비스를 다듬어가고 있습니다. 창업이 주는 고행길로 의식주의 편안함은 조금 줄었지만, 마음은 그 어느 때보다 편안하고 즐겁습니다.
아주 조악했던 프로토타입으로 시작해, 알파 테스트에서 시행착오를 겪고 절치부심 끝에 클라이언트 갤러리 솔루션 형태로 클로즈 베타를 진행했습니다.그렇게 한 걸음씩 개선을 거듭한 끝에, 지금은 유료 사용자분들이 생업의 현장에서 매일 사용해 주시는 프로그램이 됐습니다.
(사진: 클라이언트 갤러리 기능 일부)
서비스 초기 버전을 돌이켜 보면 꽤나 멀리 온 것 같지만, 저희 팀의 눈에는 여전히 개선점들이 많이 보입니다.
추가하고 싶은 기능과 새롭게 시도해 보고 싶은 제품의 아이디어가 점점 쌓여가고 있습니다.
사용자분들이 보내주시는 의견과 피드백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항상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초심을 잃지 않으며, 매일을 Day 1의 마음으로 픽스픽스를 꾸준히 발전 시켜나가겠습니다.
픽스픽스는 누가, 왜 만들게 됐나가 조금이나마 궁금하셨다면, 이 글이 해소해 드렸기를 바랍니다!
긴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픽스픽스팀 드림